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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지리산 그란폰도 - 성삼재, 정령치, 오두재를 자전거로 라이딩하다.

지리산 그란폰도 참가

2022_지리산그란폰도_그란폰도코스.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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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그란폰도 로고
지리산 그란폰도 대회 요강

2022년 9월 18일, 지리산 그란폰도가 개최되었다.
성삼재, 정령치, 오도재 등 지리산의 절경을 라이딩 할 수 있는 코스로 진행된다고 하였으나, 진주 근방에 살며 진주 출발-복귀 코스로 거진 다 가본 코스였어서 참가를 망설였다.
그래도 사는곳 근처에서 열리는 대회라서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란폰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거나, 지인들과 라이딩을 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풍경을 보며 라이딩을 하기 위해서이거나.

지리산 그란폰도 코스

나는 이번에는 민기형님과 상규형님과 같이 관광차원에서 라이딩 하기로 마음먹었다. 코스가 코스인지라.. 무거운 몸뚱이로는 쉬엄쉬엄 하는게 좋을 것 같은 코스다.
메디오 폰도 코스도 있지만, 그란폰도를 가기로 했다.
그란폰도 코스는 159km에 획득고도 3,200m이고, 평지로 치면 220km이상 라이딩과 비슷한 난이도다.

지리산 그란폰도 고도표

고도표를 보면, 업힐은 대략 천마산, 성삼재, 정령치, 오도재, 팔령 이고, 팔령 이후에는 거의 -2~3% 다운힐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그란폰도의 목표는 최소한의 고통으로 최대한 빨리 가는 것이였기 때문에, 모든 업힐에서 템포 정도로 맞추고 가는 것으로 페이스를 잡았다.
또한, 보통 지리산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오도재까지 최대한 열심히 넘고 팔령은 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팔령은 고도가 낮지만 지긋이 올라가기 때문에, 오도재까지 110km 남짓을 타고 난 뒤 팔령을 넘을 때 퍼지지 않을 정도의 힘을 남겨 놓으려 노력했다.

출발 및 라이딩

출발 전, 센트럴웰가앞

오전 7시에 그란폰도가 시작되기 때문에, 2시간 전인 5시에 민기햄 집앞에 집합을 했다.
두대는 위에 싣고, 한대는 안에 싣고 출발을 한다.(민기,상규,영빈)

남원 공설운동장에 가면 화장실이 많이 붐빌 것을 생각해서 중간에 지리산 휴게소에서 정차해서 화장실을 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휴게소 화장실 줄도 열명 이상이라, 시간이 다소 소요 되었었다.
어쨌건 대회장에서 해결하는것보단 나으니 세명다 볼일을 보고 나오니 진주 루키바이크 그룹 형님들도 막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고 대회장으로 다시 출발한다.

대회장 도착 하니 6시 30분 정도였는데, 주차 자리가 없어서 빙글빙글 돌다 의료원 앞 로터리 근처에 자리가 남아 간신히 대고 준비를 했다.(급히 준비를 한다고 사진도 없다.)
출발선에 가니 사람들이 정말 많다. 거의 2,000명 가까이 참석을 했다 하니, 운동장이 거의 꽉 찰 정도였다.
중간중간 오버페이스 팀 형님 동생들의 반가운 얼굴도 보고, 출발 준비를 마치고 선다.

내빈 인사가 끝나고, 7시 정각을 맞춰 출발!

출발. 민기형님과 한컷

초반 8.6km 지점에서 계측을 하기 때문에 크게 빨리 가는 사람이 없다.
그란폰도 같은 경우에는 넷타임 기준이고, 어차피 오르막이 대부분인 코스라 팩의 의미가 그렇게 크게 없다 보니 초반부터 그룹을 만들어 가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그나마 중간중간 다운에서 평지로 이어지는 부근에서 그룹이 형성이 잘 되기 때문에, 여기서 버스를 잘 타야 기록이 잘 나온다.(꿀팁)

길게 이어진 자전거 행렬

2,000명의 사람들이 참석하다 보니, 계측 구간 병목 현상이 심했다.
하긴 그 많은 사람들이 2m 남짓한 계측 시작 지점을 통과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고, 사실 나도 계측은 신경쓰지 않았던 터라 그냥 옆으로 지나가려고 했는데, 관계자분이 불러세운다.

"계측 칩 잘못다셨어요! 사진 찍어서 나중에 시간 등록해 드릴게요!"

얼떨결에 옆으로 지나가다 잡혀서 계측시작이 등록 되었다. 덕분에 그나마 병목현상을 피할 수 있었다.
관계자분의 열정에 감사를 표합니다.

수월재 스트라바 기록

계측구간을 통과 후, 첫번째 업힐인 수월재를 넘는다.
6.24km, 획득고도 402m, 6.4% 의 경사도로, 그렇게 어려운 난이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점점 사람들이 우리들을 지나쳐 가기 시작한다.

천마산 업힐(수월재)

그렇지만 나는 민기형님과 상규형님과 같이 템포 페이스로 맞추어 올라간다.
9월이지만 아침은 조금 쌀쌀하기에, 수월재는 다음 업힐인 성삼재를 대비해서 최대한 몸을 달궈준다고 생각하고 파워젤도 하나씩 먹어주며 올라간다.
거진 30분을 올라 정상을 도착하니, 끼였던 구름이 거의 걷히고 몸도 더워져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벌써 업힐 하나 끝냈고.. 다음 업힐인 성삼재를 향해 간다.

천은사 보급지

1차 보급지인 천은사는 시작지점부터 약 40km 떨어져 있다.
보급지에는 먹을 것 부터 음료까지 적절히 준비되어 있어 좋았다.
천은사는 성삼재 업힐의 약 1/10 지점에 있어, 몸이 굳기 전에 최대한 빨리 보급을 하고 올라가기로 한다.
40km지점이라 그런지, 보급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보였는데, 대단한 사람들이다.

보급이후, 본격적으로 성삼재를 향해 진격한다.

성삼재휴게소 스트라바 기록

매표소-성삼재휴게소 코스는 9.6km, 획득고도 891m, 평균경사도 9.1%이다.
천은사부터 약 1시간 7분 정도 페이스로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점점 사람들이 멘탈이 털리기 시작한다.
순간경사도가 거의 20%인 곳들이 간간이 존재하는데, 이 구간에서는 컴팩트에 28T는 케이던스가 안나올때가 있다.

구간기록을 보면 평균 케이던스가 63이다. 계속 꾸역꾸역 댄싱과 시팅을 반복하며 올라가는데 뒤에서 민기형님 케이던스가 좋아보인다.
알고보니 케니언으로 바꾸면서 12단 듀라에이스 장착으로 컴팩트에 34T를 꽂으셨다고..

민기형님과 케니언 에어로드
고각을 인라인으로

나는 민기형님 페이스에 맞춰 가서 약간의 여유가 있어, 고각을 만났을 경우 그냥 인라인으로 올라간다.
이 부근 쯤에서 진주 벙커 그룹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며 간다.
승규형님, 수호형님 등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또 힘이 났다.

어쨌든 1시간 정도를 달려 성삼재에 도착!
하지만 땀이 식지 않도록 바로 다운으로 진입한다.

성삼재 다운으로 올라온 것의 반만큼만 내려가면, 삼거리가 하나 나오고, 좌회전을 하면 정령치 업힐 시작이다.

정령치 스트라바 기록

정령치도 꽤 길지만 성삼재를 넘고 온 사람들은 이 업힐은 언덕으로 보인다.
여기도 페이스를 맞추어 올라가는데, 파워는 233w이지만 심박수는 160bpm이다.
파워는 떨어지고 심박수는 올라가고.. 점점 몸에 데미지가 쌓인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두번째 보급이 정령치 정상에서 있기 때문에 놓지 않고 열심히 올라간다.

정령치 보급소

정령치 보급소에 도착하자마자 이온음료를 보급받아 한통을 그대로 원샷했다.
아침과는 다르게 기온이 많이 올라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25도 정도의 날씨가 되어 땀을 정말 많이 흘렸다.

정령치 보급소에서는 도넛과 바나나, 이온음료 등이 준비되어 있었고, 정말 맛있게 흡입을 했다.
먹었으면 이제 일을 해야지. 다음 목적지인 오도재로 향한다.

정령치부터 오도재 초입까지 약 30km가 되어서, 여기서는 정말로 버스를 잘 타야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가는길이 맞바람이라서, 민기형님과 나는 그냥 뒷그룹을 기다리기로 한다.

뒤를 보니 거진 한명씩 우리를 지나쳐 가는데, 저 멀리서 큰 그룹 하나가 보인다.

저건 타야된다는 생각을 하고, 그룹이 지나쳐 갈 때 최대한 후미에 붙어본다.

후미에 안전하게 안착 후, 앞을 보니 와츠레이싱 팀 두세명과 다른 몇몇이 로테이션을 돌며 끌고 있다.
아주 좋은 버스를 잡아 다행스럽게 30km를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오도재 업힐 초입에 들어선다.

오도재 업힐 스트라바 기록

오도재 업힐은 길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긴 느낌은 들지 않았다.
스트라바 기록은 46분정도인데, 보통 30분 이내로 통과하는 코스이나 중간지점에 보급이 있기 때문에 쉰 시간까지 포함해서 46분정도 올라갔다.

중간 보급지점까지 가는 도중, 민기형님이 퍼져버려서 나는 내 페이스대로 올라간다.


역시 후반부에 오니 사람들이 힘이 다 떨어진 듯 하다. 평균 233w로 역시나 성삼재나 정령치와 동일한 페이스로 올라가지만 아까 버스를 같이탔던 15명 을 거의 다 잡고, 앞에도 몇명 잡은 것 같다.
올라가면서 들은 말이 "어떻게 저 휠을 꼽고..와.." 하는 걸 들었는데, 사실 90mm 휠으로 여기 오는것 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긴 하다. 하지만 보성이는 TT차 끌고 왔어서 "어떻게 저 자전거를 타고.." 라는 말을 했던 내 자신이 기억났다.

세번째 보급지

세번째 보급지 오도재 업힐 3/4 지점 정도에 있다. 여기는 사람이 상당히 적었다. 아마 정령치까지는 메디오폰도와 보급지를 공유했던 것 때문인것도 있지만, 아직까지 지나간 사람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대회 후 안 사실이지만 대회결과로는 1200명 중에 60등 정도로 거의 5% 이내에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 보급지에 사람이 없지..

그래서 편하게 보급하고, 물통도 알아서 주라고 하셔서 편하게 보급했다.
세번째 보급지에서는 커피트럭이 있어서, 시원한 아이스티도 한잔 하며 느긋하게 민기형님 오기까지 기다렸다.

민기형님은 보급지에 도착한 뒤 톨사이즈 정도 되는 아이스커피를 원샷 하셨다. 많이 힘드셨나 보다.

옆에 있는 화장실에서 찬물로 세수도 하고, 다시 오도재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오도재 정상. 지리산제일문

오도재 정상 전 헤어핀 업힐이 제일 힘들다. 여기서 열심히 페달을 저으면 사진 속 지리산제일문이 등장한다.
지리산 제일문은 옛날 사람들이 장터목을 가기 위해 잠쉬 시어가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왔기에 쉬지 않고 그냥 바로 다운힐을 쏜다.

지안재 사진
지안재 다운힐

오도재에서 팔령으로 가는 길에 지안재가 있다.
보통 지안재는 함양방향에서 올라가는데, 이번 코스는 내려가는 길에 지안재가 있어 사진 포인트로 좋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고라운드 자전거에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지안재 다운힐까지 끝나고, 대망의 마지막 업힐인 팔령으로 간다.

팔령고개 스트라바 기록

5.2km 에 4.4% 평균경사도인 팔령.
어차피 여기서부터 40km 정도는 다운힐이기 때문에, 여기다. 여기서는 역치 페이스로 간다!
민기형님에게 신호를 주고, 파워를 좀 더 올리고 올라간다.

이미 110km를 달려왔던지라, 그렇게 파워는 올릴 수 없지만, 최대한 250w까지 내 보며 간다.
오도재 보급소에서 거의 15분을 쉬었지만, 여기서 먼저 내려간 사람들을 거진 다 잡은 것 같다.

팔령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올라갔고, 드디어 마지막 40km 다운힐으로 진입했다.

40km 다운이지만 지리산의 크고 아름다운 령재치들을 넘고나서 나도 거의 쥐가 날랑말랑한 상태로 끝까지 버텼다.
그렇지만 꾸역꾸역 갔고, 마지막 깔딱 업힐인 까막재를 오르는 도중에 민기형님이 쥐가 나서, 일단 골인지점까지 먼저 간 후 보급을 준비하기로 한다.

숨은 복병, 까막재

여기서 대부분 멘탈이 털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여기서 쥐가 났지만 꾸역꾸역 밟고 올라갔다.
159km 의 그란폰도는 상당히 길었다. 여기를 넘고 15km를 더가서 골인했다.

골인 후 내가 먹고싶었던 맥콜과 빵을 사서 먹고 있으니 민기형님이 도착했고,
같이 왔던 상규형님은 그란폰도 코스였지만 정령치 다운힐에서 왼쪽으로 꺾어 메디오 코스로 왔다고 한다.
알고보니 정령치 내려오고 좌-메디오/우-그란폰도 표지판에 많은 사람들이 왼쪽으로 꺾었다는 소문이.

마지막 맥콜과 함께

그렇게 힘들어서 30분정도를 쉬다, 기념품도 받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샤워를 한 후 대회를 마무리 했다.

지리산, 내년에도 가보자!

지리산의 절경을 이렇게 자전거를 타면서 느낄 수 있음에 대회 주최하신 모든분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보통 진주에서 출발해서 성삼재나 정령치를 넘고 오는 코스는 한두개의 지리산 업힐밖에 못타고 오지만, 함양에서 출발하면 성삼재,정령치,오도재를 다 돌아볼 수 있어서 가끔은 함양에서 출발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년에도 대회가 열린다면, 다시 한번 참가 하고 싶은 대회였다.

사은품으로 받은 이너웨어도 귀여워서 자꾸 입게된다.

지리산 그란폰도 이야기 끝!